ARTBASE이상희 <숨결/BREATHING>展



이상희 <숨결/BREATHING>展

2022.5.5-5.29


마치 춤을 추고 있는듯한 풀로 드러난 선은 의식조차 필요 없다는 듯, 자유롭고 한계 없이 다양하다. 풀로부터 흩어진 번짐은 풀의 움직임과 생명력을 은은하게 북돋우고, 가늘고 작은 선의 조각은 여백과 조화하는 섬세한 구성을 완성하며,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도 소홀할 수 없다는 마음이 보인다.

이상희의 작품은 선 하나, 부분을 나누어 보아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정확한 완급 조절과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무질서 속의 질서, 무형식 속의 형식으로 만들어낸 자유로움 속의 조화와 균형은 오랜 시간 수련으로 정직하게 다져진 필력에 근간한 오토매티즘의 소산이다. 한국화는 선과 번짐의 예술이다. 담백함은 단순함으로, 모던함과 닮았다. 이것이 이상희가 보여주고 있는 가장 한국화 적인 방식으로의 진보된 현대 한국화로 그의 구상성 추상 풍경이 가지는 가치다.

이상희는 자연을 인위적 해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바라보고 눈으로 보이는 형상보다 그 안의 본질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접근을 위하여, 현대 회화의 가장 기본 요소인 점을 택하여 강하면서도 유연한 생명력을 담담하고 깊은 울림으로 담았다. 또한 생명력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드러나지 않는 평범함일 수 있으나 절대 멈추지 않은 끊임없는 흐름임을 점철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감동과 환희, 화려한 예찬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이내 절제를 통하여 관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통 한국화의 맥은 바로 이 절제를 통한 관조적 시선에 있다.

붓을 세워 찍어 표현한 점묘이자, 그 점을 이은 곧은 선묘는 기존 한국화에서는 볼 수 없으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상희만의 표현 기법이고, 긴 시간 동안 한 점 한 점을 반복적으로 찍어 낸 행동은 단순 회화적 기법을 넘는 행위 예술이며, 그 고된 행위를 통하여 의식 없이 이루어진 무념의 상태에서 구성된 그 점들은 생명의 숨결에 대한 본질적 표현을 넘어 작가가 자연과 완벽하게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여 인위적인 흐름이 아닌 자연 그 자체와 합일된 무위다.

노자는 학문을 통해 더해지고 도를 통하여 덜어지며, 덕으로 무위에 이르렀을 때 모든 사물과 진정한 합일이 이루어지고, 그때 비로소 인간은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정신적인 독립, 즉 진정한 자존적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채움과 비움, 무념의 도를 통한 합일은 동양철학의 가장 큰 두 축의 하나인 노자 “무위자연”설의 핵심이다. 이상희는 이를 일맥하고 있으며 깊은 철학을 담은 참된 아름다움으로 진정한 한국화의 방식으로 그 본질적 가치의 실현과 형식적 진보를 당당하게 이루었다.

이번 전시는 이상희의 점묘와 선, 번짐까지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특별한 전시다. 보다 풍성하고 깊은 울림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큐레이터 임윤정

    

이상희, 숨결 73X61, 2021,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90x145, 2017,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112x145, 2017,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72.7x60.6, 2016,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81x137, 2016,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80x130, 2016,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97x130.3, 2016, 장지에 채색

이상희, 숨결, 80.3x100, 2016, 장지에 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