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ZI TV]일러스트레이터 함조이


기쁨을 짓는 창작자를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 함조이

instagram : joi_art_things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예술가로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서양화를 전공한 함조이 작가는 최근에 와서야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작가라고 지칭하는 것이 그만큼 무거웠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로소 작품을 만들며 살겠다고 결심한 조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예쁘다 귀엽다 웃는 관객들을 보며 저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한때 젊은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홍대 한켠에서 작은 전시가 있었다. 조이작가의 전시였다. 달콤한 디저트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가 화사한 색을 입고 펼쳐져 있었다. 그녀가 만든 이미지들은 하나 같이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도도하게 관객들을 대하는 듯 하다. 그림들은 캔버스를 넘어 패브릭으로, 지갑으로, 키링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밝은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랜 시간 '미로'가 작품의 주요 테마였을 정도로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의 그림을 본 사람들 역시 그런 기운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밝은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관람객과 공진하는 순간이었다. 당분간은 자신이 느낀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에게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위로를 받는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조이작가는 지난 해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단다.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 시종일관 경쾌했던 그녀의 말투에 나타난 머뭇거림이 그 시간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만 집중하며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파란색 빈티지 체리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고 그림을 그렸다. ‘당땡기는 체리케이크'라고 이름을 붙였다. 삐죽거리며 째려보는 체리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위로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졌다.
어쩌면 예술의 존재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작가가 느꼈던 작은 위로의 순간들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작가가 되고 싶다 꿈꾸는 사람들에게 '환영해요, 함께 걸어요' 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은 어떤 것보다 진심이었다.



결국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이작가는 모든 작업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있었다. 자료 조사를 하고, 노트에 밑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에 올려 채색을 하고, 디지털 꼴라주 작업을 거쳐, 패브릭 프린팅을 하고, 재봉틀 앞에 앉아 가방을 만든다. 작은 방에는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부르기엔 작업의 영역이 넓다.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지칭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울 수 있으나,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스스로를 정의하는 단어로 직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직업은 우리의 단편일 뿐 전체가 될 수 없다. 조이작가가 스스로를 창작자라고 지칭하는 이유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단단한 작가로 성장한다면 결국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